하는 일이라곤 오늘 하루 올라온 뉴스 기사나 체크하고, 게시판 글들을 읽고, 메신저로 덕후들과 오덕오덕하고, 어딘가에 올라온 기차를 타고 돌아보며, 간혹 흥이 나면 컴퓨터를 가지고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게 팬질의 전부인 소시, 그중에서도 유리라는 멤버를 아직도 가장 재미있어하는 올드한 언니팬은 오늘도 화면을 주시합니다.
예전에는 음악프로그램, 그리고 활동기간중에 게스트로 여기저기 나오는 예능프로그램 정도 체크하면 되었던 것들이, 요즘에는 활동기간을 막론하고 고정게스트 혹은 출연자로 매주 출연하는 멤버들을 체크해야 하니, 떡밥들이 홍수를 이룹니다. 더군다나. 국내 최정상 아이돌그룹의 멤버라서 소화하는 본인도 장난이 아니지만, 그걸 받아 먹는 사람도 장난이 아니네요. 약2년반동안 그 양은 줄기는 커넝, 나날히 늘어만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똥차게(?) 잘도 소화를 해내던 사람에게 예고없이 약 1주간 정도의 공백이 생깁니다.
매일매일 이번에 유리양은 이랬네 저랬네 하고 단편적인 감상들만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내가 보고있는 화면의 대상에 대해서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생각을 해보게 된 시기가 딱 두 번이 있었어요. 한 번은 08년 늦가을 즈음 소시의 공식적인 활동은 잠잠하기만 하던 가운데, 공중파 텔레비전에서는 거의 드라마를 하던 윤아와 예능프로그램 게스트로 나온 티파니,유리 정도가 존재를 비추고 있던 시절, 그 당시에는 소시를 떼어놓고 난 유리라는 신인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던 시절이었죠.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반대로 소녀시대에서 유리가 빠진 상태를 확인하던 최근의 1,2주간이었는데, 8명의 무대가 TV에서 펼쳐집니다. 또한 유리대신 대타로 들어가는 프로그램들도 눈으로 확인을 합니다. 단순히 유리가 없어서 허전하더라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 머릿 속에서는 모락모락 생각생각열매가 피어나더군요.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생각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지만)
어느새 항상 눈에 익숙해져 있던 것이 사라지고 난 후의 신선함이 와 닿았고, 그동안 유리가 맡던 역할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재확인 하는 계기도 되었어요. 솔직히 소시가 좀 많이 잘나고 팀웍이 좋은 티를 내며 메꾸어줘서 그런지, 생각 보다 '유리가 없으니 챙겨 볼 맛이 안난다' 라고까지는 느끼지 못하겠더라구요. 라고 하면 마이휘어로에게 예의가 아니겠지요. ㅠㅂㅠ 허전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니 삐지지 말기~
아무리 그룹의 홍보, 인기 유지, 소득, 개인 지명도 높이기 등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씨에프를 찍는다고는 하지만, 본업이 무대에서 노래부르고 춤추는 일이고, 일터는 음악프로그램 무대일텐데, 팬들이라도 그런 외부일에 휘둘리는 것은 바라지 않을테지요, 더군다나 그 중에서도 유독 출연하지 않았으면 하는 곳들도 있는 것 같더군요. 그 중 하나가 스타킹이라고. (화살을 SM에 돌리는 것은 이번에는 논외로 할래요.)
소시가 데뷔하고 얼마 안되던 시기부터 비록 매주 고정게스트는 아니지만, 앨범활동 시기에는 반고정게스트처럼 출연해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즘에는 제시카양도 반고정 수준이더군요. 예능프로그램 촬영이란 것이 꽤 길고 지루하며 힘든 일이라는 것은, 저도 방청알바를 뛰던 경험이 있어서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어요. 더군다나, 편집되어서 나오는 분량이라곤 리액션이나 한 두번 정도 나와서 출연자랑 호흡을 맞추거나 따라하기 수준인데다, 프로그램 자체가 좋은 평가를 못 받기도 하니까요. 출연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만도 하네요.
팬심으로 다 좋게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제껏 유리가 출연하는 고정 프로그램들 모두 유리에게 잘 맞고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믿고 싶어요. 그리고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개인활동이 거의 없던 시기에, 만약 고정으로 출연하게 된다면 이런 프로그램이 좋겠다고 생각하던 개인적인 바램에도 어느정도 부합되는 프로그램들이기도 하구요. 라디오일을 그렇게 탐내하던 티를 내던 중에 맡았던 첫 고정게스트 슈키라의 '눈물이 반짝'코너도 그랬고, 첫 TV고정이었던 음악중심 MC도 그렇지만, 청춘불패에 대해서는 아래의 PD인터뷰 기사가 그런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어 줬어요.
청춘불패 1회를 보고 무조건 국민MC가 이끌어 가는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에 묻어가는 게스트가 아니라, 유리 본인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다른 출연진들과 함께 이끌어 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 희망을 걸었던 것이 지금은 비교적 잘 되어가니 좋네요. 반대로 그런 점이 프로그램에게는 분위기가 산만하다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요.
처음 1회를 보고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유리양이 크게 부각되고 이른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뜬다는 것에는 그다지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써니가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결과는 상상을 뛰어넘는 맹활약으로 이제는 신흥개그돌 ㅋㅋ) 방송분량도 중요하고, 프로그램 시청률도 중요하기는 하죠. 예능감이 나날히 분출되는 멤버들에 점점
분량을 뺏기는 느낌도 들어서 불안해 하는 면도 보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정작 마음에 걸린 점은, 링겔을 맞고 촬영에 뒤늦게 참여를 하거나, 툭하면 시간 나는 대로 잠을 청하는 모습도 나오고, 예능프로그램이면서도 얄짤없이 농촌일을 시키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 매일 이어지는 치열한 달리기에 무거운 짐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저 위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조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군요. 저 인터뷰 내용이 가짜면.... 뭐 할 수 없죠. 안방팬이 무슨 힘이 있겠어요? -ㅂ-;a
그런데, 소시가 출연한 프로그램들이라고 범위를 넓히면 제 발언에 자신이 없어지네요. 제 자신도 멤버들 혹은 프로그램에 따라서 이리저리 의견이 갈리기도 하니까 --;
가수가 예능 프로그램에 이리저리 모습을 비추는 게 좋게만 보이지는 않을 거에요. 그렇지만, 지금은 아이돌이라고 하더라도 장래에는 엔터테이너로서의 가능성을 늘 염두하고 있고, 본인 또한 무척이나 욕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여러군데에서 간접적으로 듣고 있어요.
엔터네이너란, 단순히 대중들에게 웃음과 재미만을 선사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외에도 감동, 슬픔, 카리스마, 따스함, 활력 등등의 갖은 감성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전달해 주는 사람일 겁니다, 그리고, 그만큼 그런 요소들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런 환경이 척박하다고 많이들 느껴지잖아요? 방송이라면 더욱 더 그렇구요. 하지만 그러한 상황, 주어진 일과 기회 속에서도 유리양은 가능한 많은 요소들을 흡수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되길 빕니다.
ⓒ SBS 스타킹
다시 스타킹으로 돌아오자면, 처음에 소시멤버들의 위치는 맨 뒷줄, 때로는 풀샷으로 잡히면 잘리거나 로고에 자주 가리는 오른편이었어요. 예쁜 걸그룹 멤버들이다 보니, 종종 카메라가 리액션하는 모습을 챙겨주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일까요. 그러던 것이 여전히 방청객 수준이라도 요즘에는 맨 앞줄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예전의 그 자리는 다른 신인그룹 멤버들이 차지하고 있죠. 뭐, 지금은 소녀시대라서 지금의 자리가 당연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게는 그 흐름이 꾸준한 출연 속에 이뤄진 것이라 그렇게 단순하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팬이라면 닥치고 유리가 출연하는 스케쥴이나 프로그램을 군말없이 보라는 의미가 아니라, 지켜보면서 생기는 비평이나 불만 등등은 언제든지 털어놓을 수 있겠지만(대표적으로 무덤짤 생산 -_-;),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의미나 가치를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으로 먼저 파헤치는 일을 우리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미로 이런 글을 써 봅니다.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는 법. 그리고, 그 가치를 찾는 일은 본인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시각은 비단 유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의 팬 경우에도 해당되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다른 그룹에 대해서도 관대한 시각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소녀시대로서 방송무대 위에 설 때에는 이루 말할 수 앖이 진지해져야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구요, 저도 청춘불패 같은 프로그램은 편안히 쇼파에 기대고 누워서 과자라도 집어먹으면서 킥킥대고 보지만, 무대영상을 볼 때면 본능적으로 바로 앉아서 매의 눈을 켜고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평소와는 다르게 길고 지루하면서 여전히 두서가 없지만, 해두고 넘어가고 싶었던 이야기였어요. 왜 가끔 나는 이런 글을 써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욤. -ㅅ-a) 안방팬이니까 이렇게 지껄이지, 고생하는 걸 직접 보면 다 때려치고 무대에만 집중하라능 롸잇나우나 외치고 살겠지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