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al/2013 일본 아레나 투어

[OFF THE RECORD] 고베에서

M.HEYURI 2013. 2. 15. 00:09

이번 공연을 보러가기를 가장 고민했던 때는 의외로 공연 전날이었다.
생각내로 내가 움직였다면 아니면 다시 되돌아갈 수 있었다면 2년전의 실패도 아픔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타임머신 같은 것에 의지하고 싶던 마음이 불안감과 함께 부글부글 거리고 있었다.
안방팬을 고집한 이유도 따지고 나면 두려움이자 비틀어진 자존심이 아니고 무엇이었을까.

여기에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소녀시대를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
더군다나 소녀시대 유리를 보고 싶다고도 말한 적이 없다.
종종 트윗이나 게시판에서 'ㅇㅇ야,보고 싶다' '소녀시대 보고싶다'라는 말을 볼 때면
보통은 무심코 지나가지만, 약간 신경이 세워져 있을 때에는 그런 말에 그리 좋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투어를 몇번이고 참가하는 것일까,
그 많은 같은 색의 야광봉을 들고, 같은 그룹을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내 정체성을 계속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군중들 속에서 그들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응원이자 적극적인 팬쉽의 표현이리라.
물론 공연을 즐기고 싶어하는 마음도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싸인회나 백스테이지 순례같은 이벤트를 무척 싫어한다. 실제로도 우연치 않게 몇 번 당첨이 되어도 신경질 적으로 다른 팬에게 기회를 넘겼다.
나보다 훨씬 어리고 세상의 사랑을 받는 그런 빛나는 존재를 가진 그들과 마주보고 있을 나란 사람을 누가 다독여 줄 것인가. 아무도 없다.
그냥 야광봉을 들고 즐겁게 노래하고 관람하는 것이 나에게 그은 마지노선.

언젠가 트라우마는 그 때와 비슷한은 상황을 다시 겪어서 넘기면 해소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용기를 내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공연 시작하고 중앙 무대에서 9명이 나타난다.
계속 무대들을 보다보니 유리의 자리가 뒷편 오른쪽 끝에 있는 경우가 많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침 내 자리가 그쪽과 접한 가장자리여서 육안을 보아도 꽤 가까이 보였다,

지금은 찰랑찰랑대는 머릿결이 휘날리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남는다,
그리고 길을 이동하며 걸어간다, 눈앞에 올려다보면 바로 2,3미터 거리였다.
생각보다 위를 훨씬 덤덤하게 볼 수 있었다, 다른멤버들도 그랬고.
뭐, 응원법을 외워내느라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있었을 수도 있다.

권유리는 완벽주의자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욕심이 있고 노력가라고도 불리운다,
하지만 허술함을 가지고 있고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도 해서 웃음을 사곤 한다,

분명히 무대에서 문득 분득 돌어보면 동작 하나, 마이크 액션 하나, 힘을 빼거나 정성을 빼는 일을 별로 보지 못했다.
물론 첫 투어때도 같은 생각은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본어로 말을 떠보지만 술술 나오지를 못한다.
준비한 말들 조차도 가다가 멎거나 삐끄덕 삐끄덕 거린다.
결국에는 멤버들의 놀림에 속상한 표정을 하면서 수영에게 마이크 순서를 넘겼다.

유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완벽해지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유함과 허술한 점 또한 그녀의 천성적인 특징이다.
완벽해지고 싶은 자신이 보는 위치와 실제로 자신의 위치에 차이를 느낀다면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웃으면서 넘긴다 'まいにち、まいにち、がんばりま~す'(매일매일 노력할께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해서 그런지 울컥하더라.
언젠가 결실이 다 맺어지길 바라며.

공연 중반부에 모자를 쓰고 나왔다, 그 외에 두 명 정도의 멤버가 비슷한 모자를 쓰고 등정했다.
다른 맴버들은 몇곡이 지나도 잘 쓰고 있는데, 유리만 첫곡에서 바로 떨어져 버려서 머리가 휑해 보였다.
두번째날 공연에서는 자꾸 머리를 매만지거나 위치를 조절하거나 하며 무대를 이어가는 모습이 신경이 쓰였다.
결국 격하게 움직여야하는 곡을 앞두고 벗어서 앞으로 휙 던져버라더라,
앞으로는 유리한테 모자는 안 씌우는 게 좋겠어.

두번째날 앵콜때는 엄청나게 분위기를 타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늘 꾸준하구나. 저렇게 해도 무대 아래로 내려가면 단콘 DVD에서처럼 바로 다시 스위치 모드를 OFF로 돌려놓겠지.
마지막날 공연까자 하늘이서 늘 무사하도록 살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