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scope

두서없지만

M.HEYURI 2011. 8. 29. 23:49
오늘은 용기를 내서 유리보다는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들,
알 수 없는 낌새에 영문도 모르시는 분들,
대충 지켜보고 짐작이 가시던 분들.
속속들이 알고 계시는 분은 애석하게도 없어 보이네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흔적들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어안이 벙벙하게 의외였던 일이었다고 할까.

보통 생각하는 그런 찬양의 의미가 아닌 반대의 의미로,
그동안 나이답지 않게 고개를 좀 넘느라 앓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무슨 앓이였냐 하면, ㅎㅎ 시작은 별 것도 아니었네요.

원래 저는 심하게 사람 낯을 가리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말이죠.
말을 전혀 하지 않아서 벙어리인 줄 알았다가 유치원 들어가기 전이 되서야 엄마아빠를 불러서 집안 뒤집히게 만들고.
이건 천성이고 거의 10년이란 기간동안 새로운 땅에서 아닌척하던 사람으로 노력하고 뒹굴다가 꼬꾸라진 상태이구요.
이런 저를 그나마 이해해주는 것은 극소수의 가족과 멘토 한 분 밖에 없고,
더군다나 다른 팬덤을 통해 많이 아픈 경험을 가진 것도 보너스로 작용하구요.
뭐 공연이나 이벤트에 가는 거는 상관도 없고 전혀 아무런 것도 아닐텐데 
그래도, 난 참 힘들었어요. 공연자 뿐만이 아니라 어쩌다가 만나야 하는 같은 팬의 입장인 사람들을 봐야 한다는 게.

꾸준히 블로그나 트위터를 지켜봐주신 분이라면
투어나 이벤트 몇몇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거에요.
보통 공연을 하다가 무대위에서 이쪽을 보고 웃는 것은 주위 50명 정도는
자기를 보고 웃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거라던데 ㅋㅋ
왜 반대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을 하려고 안간힘을 써야 할 정도였던걸까

중앙무대앞 2열에서 정확히 내가 든 판넬과 얼굴을 몇초간 지켜보다가 변하는 표정이
수만가지 다른 느낌을 제쳐두고 가장 먼저 나오는 느낌은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웠다는 느낌.
그게 한 두번이었다면 내가 지나가다


가 잘못 보였나 그럴려니 했지만,
회장과 이벤트를 달리하며 비슷한 상황이 모니터가 아닌 현장을 통해서 되풀이 되고,
내내 웃으며 신나게 팬서비스를 하며 공연하던 사람이 심지어 1열의 눈앞에서마저 
내쪽만 보면 싸늘하게 변하다가 썩소를 지으며 외면하는 것을 육안으로 지켜보는 것은
대상이 내가 아니었다고 해도 힘든 일이에요.

'돈 내고 공연을 보러온 관객에게 보일 태도냐'라고 쿨하게 넘길 수도 있었는데
'왜?'를 수만번 띄워봐도 알 수는 없는 일이고,
오해였다고 계속 강조하며 말해주는 분이 있었음에도,
결국 내가 직접 눈으로 목격한 광경들을 죄다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야속했던 마음도 없지는 않았던 시간들이었어요.
그래서 촉이 좋고 잘 잡히던 감이라는 것도 감정에 휩쓸리면 혼란이라는 것을 겪게 되고,
안간힘을 쓰며 나쁜 가스를 담은 풍선이 폭발하지 않도록
잘 붙들어 매려고 바둥거리다가 바람이 푸슉푸슉 새버린 광경이 목격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유리양과 관련이랍시고 이유는 이것 뿐이에요.
그 외의 것들은 정말 제 개인적인 일들일 뿐이니까.
대답을 얻을 수 없는 것에는 추측도 추리도 이제는 다 스톱을 걸어버린 상태.

그 후로도 달라질 것은 없어요.
나의 생활도 함께 좋아하던 분들의 생활도 그 모든 대상인 유리양도.
굳이 꼽자면 틀어진 관계들 정도라고 할까.
직접 해를 준 건 아니지만 그분들이 좋아하고 아끼던 대상에 대해서 화살을 날린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당연함이라 생각하고 던졌지만 상처로 남았다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 유리양이라는 화두로 시작하려면 손이 얼어붙게 되버렸다고 할까.
쿨하게 언급하기 꺼려진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솔직해지자면 엄두가 안나요.
처음에 네이버나 브라우저 타령을 하며 희희낙락하고
혼자서 낄낄대던 포스트를 올리는 시절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지난번 코스모폴리탄 이야기도 간신히 키보드를 붙잡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올릴 수 있었어요.
제멋대로 시작한 것들이지만 팬도 블로그도 이제는 자타공인 자격을 박탈당한 것 같기도 해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비굴하고 초라하더라도 제 자리에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났어요.
뭐든지 유통기한이 있다고 하지만, 그 유통기한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안 보이는 무엇인가가 알아서 정해주겠지요. 
전혀 티가 나지 않게 안보이더라도, 응원한다고 한다면 보통 지니고 있을 명제들이 결여가 되어도
매번 집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쓸데없고 소모적이라는 짓을 그만두라고 견뎌야 하는 명령에 어느정도 수긍을 하면서도
의미를 찾지 못하더라도 끝을 맺고 떠나지는 못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비록 다른 멋진 취미도 못가진 이유로 낙인이 찍힐대로 찍혀 집에서도 매번 추궁을 당하고,
더욱 더 조용히 지내야 하겠지만. 

하지만, 더이상 실망으로 이곳에 오지 않을 분들을 포함해서
그동안 조금이라도 제 글과 제 소소한 작품들에
위안을 받고 즐거움을 받았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고 생각할께요.

그리고, 가장 오해하고 계실지도 모를 사실,
소녀시대 멤버들 중에 싫어하는 멤버는 없어요.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 

여기까지 두서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