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파이널 공연장 마린멧세 후쿠오카
후쿠오카에서 돌아와서 바로 써봅니다만, 아무래도 두서없을 것 같아서 정리가 잘 안될지도 모르니 그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정리해서 쓰기 보다는 지금 머리와 가슴에 있는 것을 쏟아내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
약 두 달간 무더운 더위 속에 펼쳐진 두번째 투어이자 첫번째 일본 투어 공연, 그리고 그 마지막 공연인 후쿠오카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후쿠오카 첫날 공연은 보지 못했구요. 두번째날 당일 출발해서 마지막 공연을 보고 난 후의 1박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같은 일본땅이지만 도쿄에서 후쿠오카까지의 거리는 상당히 먼 편입니다. 비행기로도 서울-도쿄와 맞먹는 2시간,신칸센을 타도 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니까요.
일본으로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때문에 공연 당일날까지도 걱정되는 마음으로 날씨정보를 체크했었지만 하늘이 도우셨는지 귀가할 때까지 별 다른 지장을 받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바람이 불어주니까 더운 무더위가 조금 가시도록 도와준 면도 있었거든요.배로 다녀오시는 분들도 오늘 오전에 무사히 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을 했습니다. (파도는 심한 모양이었지만;; )
후쿠오카는 두번째 방문이었습니다. 4년전에도 이와 비슷하게 공연때문에 왔다 갔거든요. 그래서 그때 일들도 간간히 회상하면서 시내도 잠시 둘러보고, 트윗 팔로워분께 남은 소시 사진집도 양도해드리기도 하고, 그렇게 공연이 시작하기까지 시간은 평소보다 참 빨리 지나가더라구요. 물론 아쉬운 마음에서 비롯된 느낌이 더욱 시간을 빠르게 지나가게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왠일로 사람이 비었나 했더니 왠만한 굿즈는 몇시간 전에 이미 다 품절된 상태.
그 날은 왠지 일찍 들어가서 대기하기 싫어서 거의 시작 15분 전에 공연장에 입장했어요. 미리 들어가 있으면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감정적이 될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늘 공연장을 가득채운 사람들과 투어 파이널답게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분위기가 들떠 있었는지 간간히 들리던 '렛츠고 소시 렛츠고!' 그리고 여느때처럼 공연 시작예정시간이 지나 몇분 후 불은 꺼지고 공연이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마지막 공연이니까 후회없이 즐기고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 하나를 눈에 넣어두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공연장을 물들이는 조명과 레이저빔이라던지 천장에 달려있는 조형물(?) 뚜껑이라던지, 이날따라 음향도 평소보다 더 또렷하게 잘 들려서 미세한 음향효과도 잘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메모장에도 올렸지만 이 날에 유리양에 관한 이것저것들.
우선 효연양과 콤비 댄스가 더 많이 보였습니다. 레퍼토리도 참 다양해요.ㅎㅎ 유리양도 무대에서 참 즐기는 사람인데, 효연양도 재미있게 즐기는 멤버여서 다른 멤버들도 참 즐거워하더라구요. 올어솟에서 효연양과 함께 춤을 추면 참 즐겁다는 토크 내용도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공연중간에 이어마이크가 잘 장착이 되지 않았는지 머리 뒤를 자꾸 매만지는 모습이 보였어요. 공연 중에는 이런 저런 일도 있는 법.
자기소개 멘트 후쿠오카 버전은 '미즈타키(영계백숙)을 매우 좋아하는 유리입니다.' 아직 먹은 적이 없다고 하는 걸 보니 전 날에 먹지 못했나 봐요. 하지만 끝나고 먹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은 늘 일본팬분들에게도 좋은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어가 늘어서 공연 중간중간에 멘트도 깨알같이 하더라구요. 제 귀가 안좋은지 다 캐치는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마지막 공연이라 공연 시작부터 감정이 넘치던 태연양이 약간 흔들릴때, 공연중에 격려하려는 의미인지 팔을 툭치며 자기 자리로 들어가는 모습은 멋진 언니같아 보였어요. ^^ 특히 마지막 인사를 할 때 생긴 수영양의 해프닝으로 멤버들이 중앙무대에 모여서 잠시 경황이 없는 침묵이 이어질 때, 그것을 깨트리고 차분하게 상황설정과 마무리 인사말을 하던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뒤에서 계단을 올라와서 나타난 수영양이 괜찮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까 '어휴 놀랬잖아'라는 표정으로 살짝 킥을 날리는 모습은 겸디율이었네요.^^
If 시작할 때 왠지 웃음을 참는듯한 느낌은 저만 받았는지, 선글래스를 조금 빨리 벗는 듯한 타이밍으로 계단을 내려왔습니다.역시 백댄서와 함께 멋진 군무와, 중앙무대에서 멋진 마무리까지 힘을 실어서 좋았어요.
동화 간주에서 행렬을 지으며 이동할 때 역시 나오던 힘찬 숫자 구령.'1,2,3...8!' 돛을 내리고 올리는 작업을 투어내내 해내느라 수고 많았어요. 참 잘했어요 유리어린이.ㅎㅎ
본공연 엔딩 멘트때부터 울먹울먹거리며 눈물을 짓다가 본투비어레이디를 부를 때에는 울음을 참으려고 노력하지만 유난히 합창이 컸던 'THE HOPE IS LOVE LOVE LOVE~'에서 넘치는 눈물에 얼굴이 망가져도 예쁜 이장님이었어요. 저는 덩달아 망가져서 엉망이지만 그때는 별로 상관이 없었어요. (먼산) 노래가 끝나고, 유리양은 감사의 표시로 몇 번이고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했습니다.
공연이 다 끝나고 본무대로 돌아갈때 카메라에 대고 양손을 턱에대고 겸디 미소가 작렬하니 팬들은 꺄아~하고 소리를 지르고, 뒤를 이어 윤아양과 서현양까지 합세해서 카메라에 어필을 하니까,본무대에서 태연양,써니양,제시카양이 하얀 타월을 뒤집어 쓰고 맞서서 어필하는 모습들에 많이 웃었습니다. 내 엉덩이 지못미.
하지만 즐겁고 안타까운 시간은 더욱 더 빨리 지나가는 듯해서 3시간이란 긴 시간의 공연도 평소보다 빨리 엔딩을 맞이하는 느낌이었네요. 마지막 공연이라는 아쉬움은 물론 저 뿐만은 아니어서 멤버들도 평소 공연때보다 눈물을 글썽거리거나, 음정이 살짝 어긋나거나 노래가 끊기거나 목소리가 먹먹해지곤 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감동이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관객분들 분위기도 또한 최고였습니다. 역시 파이널 다웠네요. 공연이 끝난 뒤에도 헤이헤이헤이 중계를 위해 대부분 남아서 끝까지 성원을 보내던 멋진 모습들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앵콜 첫 곡으로 다시만난세계가 나왔을 적에, 몇년간 줄곧 듣기만 했던 그 소중한 노래를 소녀시대와 관객분들과 함께 목청껏 부른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공연 보러 온 의미로 가장 와닿았던 것 같아요. 어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먹먹해져서 혼났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다 끝나고 인사를 하러 다닐 적에 해프닝이 있었죠. 마침 가장자리길 모서리를 돌다가 주시하고 있던 수영양이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져 없어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랬어요. 저의 위치가 아레나 바닥까지 보이는 자리는 아니어서, 매니저님을 호출까지 하는 모습에 초조했지만, 다행히 밑에서 스탭분이 받쳐주어서 별다른 부상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 때는 모두 가슴이 철렁했네요. 지난번 사이타마 공연때 써니양의 일도 그렇고 이런 순간에야 말로 거침없이 보이던 멤버들간의 끈끈한 애정과 팀웍을 재확인할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런 면들이 일본분들에게도 絆(키즈나/유대감) 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박힌 계기가 되었지요.
그렇게 해프닝을 거쳐 본공연은 끝나고, 1시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계를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나운서 한 분이 나오셔서 진행 겸 서포트를 해주셨고 스탭분들은 열심히 방송용 무대 정비를 하시는 동안 저는 출출할까봐 준비해온 세븐일레븐 김치나물 샌드위치 김밥을 꺼내들었지요... 역시 조금 비싸지만 누가 공인한 삼각김밥이라 맛이 좋았습니다. 후후~ 간간히 멀티화면으로는 헤이헤이헤이 생방송 영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8시가 지나자 방송중계를 위해 멤버들이 검은 의상을 입고 본무대에서 일렬로 섰고, 관객분들은 어쩌면 본 공연보다도 더욱 더 열렬히 환호를 했습니다. 8분40여초라는 파격적인 시간동안 스페셜 메들리로 GENIE와 BAD GIRL을 불렀는데 둘 다 방송용으로 편곡과 안무 조율을 했더라구요. 공연만으로도 많이 바뻤을텐데 언제 또 이렇게 준비를 해왔는지 새삼 감탄스러웠습니다. 바로 '우리가 소녀시대다' 라는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고 그런 모습이 방송을 타고 전국에 방영이 되었겠죠. 하지만, 열렬히 환호하고 노래를 따라부르던 현장 분위기가 방송에서는 상당히 제거되어서 방송이 된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바닥이 울리고 흔들릴 정도의 응원이었는데 말이죠...
중계방송이 끝나고 나서 멤버들은 감사의 인삿말과 함께 서비스로 즉석으로 리퀘스트를 받아 한 곡을 더 불러주고 들어갔습니다. 그 곡은 역시 가장 인기가 많았던 'Gee'였구요. 3시간이 넘는 공연 후에 또 부르는 것인데도 설렁설렁 하는 것도 없이 본공연처럼 팬서비스도 더욱 더 가미하면서 열심히 불러주던 소녀시대의 모습에 한 번 더 감동을 했습니다. 하긴 이미 공연 전부터 감동,감동,감동의 연속이었지요
그리고, 유리양은 자신의 파트 부분에서 안무는 다 집어치우고 머리위로 하트를 뿅뿅 아낌없이 날리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그 블랙 의상을 입고, 몇분전까지 GENIE나 BAD GIRL 같은 멋진 무대를 펼친 사람도 유리양이 맞고. 그런 겸디도 유리양이 맞지요, 네.
굿바이.
이제와서 돌이켜 보면 유리양이 보여줄 수 있던 가장 큰 팬서비스는, 무대에서 마음껏 즐기고 표현하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어요. 초반에는 방송이나 이벤트 행사 무대와는 다른 콘서트 무대에 대한 적응이 약간 아쉬운 면도 보였고, 무대 위에서 자기 기분에 젖어있는 모습도 좋지만 공연을 하면서 두루두루 시야를 넓히는 편이 좋겠다는 바람도 없지 않았는데, 마지막 공연에 와서는 그런 점에서 조금 나아진 모습도 보였구요. 얼마전에 일본에서 방송한 소녀시대특집 프로그램에서 유리양이 말한 좌우명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에 대해서 방송을 관람한 일본인들이 트위터로 감탄하며 리트윗을 하더군요. 그런 말을 행동으로 공연장에서 직접 보여준 점이 가장 바람직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멤버들에게 정말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느라 수고했고 정말 대단했고 정말 앞으로도 기대된다는 말을 뻔하지만 진심을 담아 전해주고 싶습니다.
9명이 모여서 꿈을 이뤘고 앞으로도 더 커다란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서현양이 엔딩멘트때 비슷한 언급을 했어요)
저에게나 공연을 보러온 팬분들이나 멤버들에게나 모두 꿈같던 시간이었을 겁니다.
이제 꿈같던 시간은 접어두고 현실로 돌아와야죠.
좋았던 추억과 함께 조금 괴롭고 허무하고 슬픈 기분도 함께 당분간 이어질 것도 같아요.
이제는 한국 소원분들께 바톤 터치를 해야겠지요.
혹시 주말에 서울콘에 가시는 주민분이 계시다면, 제 몫까지 힘껏 응원하고 즐겨주시라고 감히 부탁드리고 싶네요. ^^
마침 반상회도 가지신다니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몇 달만에 돌아온 소녀시대는... 다시 기적같은 존재임을 꼭 느끼실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그럼, 저의 후기도 이걸로 쫑을 내야할 것 같네요.
어느새 헤아려 보니 9공연을 다녀왔네요. 9라는 숫자는 언제나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