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다이라고 하지만 독고다이 하지 못하는 사람의 변(명)
팬이 되고 초창기때 한 유리팬분이 저한테 '독고다이' 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하는 팬질.
그댕시 나라면 그렇겠구나 수긍이가던 말씀이었다고 웃어서 넘겼지만,
어느새 정말 그런 독고다이 팬생활을 보내게 되었네요.
아마도 잉여로운 트위터를 시작하고 나서 달라진 것 같은데,
유리양만 보고 간다고 하면서도 어쩌면 유리양은 매개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제 과거 팬질이 점조직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성격이 무척 강한 것에 대한 타성이 남아있었을 수도 있고.
트위터 계정을 닫아 둔 적도 있고, 팔로잉을 다시 갈아치운 적도 있었지만,
트잉여가 되버린 제게 근본적인 해결은 못되는 거겠죠.
지금도 최애는 유리양이라고 하면 몇 분이나 믿어줄런가 모르겠네요.
지난 주말에 율플에 다녀왔는데,
율플에 간다는 설레임 보다도, 많이 우울한 편이었어요.
전날 저녁에 홀로 치킨을 뜯으면서 그 우울함이 폭발한 것도 같고.
이벤트장에 있던 내내 무리들과 달리 겉돌기만 하고.
빨리 보고 나왔어야 했는데, 개인적인 공약과 유리 사진이 빙 둘러져 있던 공간을 나가기 싫었다는 이유 만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중간에 유리양이 왔어도, 운이 좋아 추첨에 당첨되어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을 때에도,
나를 덮고 있던 우울함이 제가 추첨에 당첨되었다고 뿌듯해 하시던 한 율빠님 말씀에,
그래도 자기랑 가장 잘 통한다고 말씀하시던 다른 율빠님 말씀에 눈물이 날 만큼 기뻣던건
이렇게 율빠들이 한 곳에 모인 계기로 좋은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던 유리양 말이 너무 부끄럽고 아프게 다가왔던건.
최애만 보고 가야 편하다는 그 독고다이함은 제가 감당하기에는 버겨웠던 길이었겠죠.
내가 혹시 한국에 있었다면 번역이나 콘서트 가는 거 말고도 율빠로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 많이 소통하며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조금 더 능숙하고 프렌들리한 사람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기사 다른 멤버는 털끝만큼도 부정적인 말을 안하는 내가 유리를 까댄 적도 있었고,
평소에는 점잖다가 감정적으로 날을 세운 적도 있고,
율빠가 싫어할만한 짓을 많이 해왔으니 저랑 좋은 감정으로 대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는게 이런 거였어요.
아직 유리팬이라 말해도 율빠는 나를 멀리하게 되는 대상이 되버렸다는 트라우마가 생겨난 것 같습니다.
물론 아닌 분들... 특히 저를 지켜보셨으면서도 좋게 대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 고마움에 제가 가지고 있는 걸 퍼드리는 것 외에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그 분들도 하나 둘씩 팬심이 식어서 떠나가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픈 것도 사실이네요.
각오하고 한 일들이라 후회는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어쩌다 이렇게 자학적인 길을 선택했나 라는 한탄과 함께
아직도 떠나지 못한 사람이 딱히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여기에 써두고 갑니다.
이 글에 결론이 없는 건 해답을 못 얻었다는 이유 때문이겠죠.